'조선왕조실록'으로 오늘을 읽는다
- 오백년간 왕들조차 볼 수 없었던 진실의 기록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 총 1,893권 888책의 방대한 분량에 이르는 조선왕조실록이 우리와 가까워진 것은 조선왕조실록의 디지털화 작업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몇 년에 걸쳐서 열심히 조사해야 찾아낼 수 있는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검색해 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옥스퍼드대학의 조선시대 연구자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 교수가 '혁명'(This is a revolution!)이라 탄복했을 정도였다.
"과연 조선시대에는 어떠했을까?", "거꾸로 조선시대라면 이런 일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이 책은, 『CD-ROM 조선왕조실록』 디지털화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저자가, 오늘날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을 보면서 가졌던 물음들에 대한 답을 모색한 글이다. "오늘의 시각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고자 한 것이고, 역으로 조선왕조실록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읽어보려 한" 시도였다. 이런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에 살아 있는 역사'를 만나게 되고, '역사를 통해서 살아가는 오늘'을 되새기게 된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이 지닌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오백년에 걸친 기록이라는 특성 그 자체도 그렇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의 다양함과 깊이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한 보물창고와 같다는 것, 퍼내도 퍼내도 결코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등. 그런 만큼 이 책이 ‘조선왕조실록에서 보물찾기’ 놀이의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번에 내놓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오늘을 읽는다』는 기존의 『클릭!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수정 보완하는 작업 과정에서 외형과 내용에서 달라진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관련된 사진 자료를 다양하게 수록했다.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사진을 촬영했던 유남해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양한 사진을 함께 하여 이해의 폭을 넓게 했다.
조선시대 5백 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단일 왕조사로는 세계에서 최장 기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앞에 언급했듯이 총 1,893권 888책의 방대한 권질卷秩에 이른다. 그 형식은 일기식으로 기록한, 이른바 편년체編年體 역사서이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기전체紀傳體, 기사본말체記事本末體 등의 형식을 채택하여 나름대로 다양한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컨대 『세종실록』에는 오례, 악보, 지리지, 칠정산七政算(역법서)이, 『세조실록』에는 악보가 실려 있다. 그 내용에서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은 물론이고 각 분야에 걸쳐서 역사적 사실을 총체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더욱이 조선왕조실록은 정확한 사실적 기록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관은 정론正論과 직필直筆을 생명으로 삼았다. 대신과 관료들은 물론이고 왕이라 해도 잘못이 있으면 직필로써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하였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사신의 논평 기사가 그것인데, 거기에는 국왕에 대한 비판 기사도 많다.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관들의 신분은 철저하게 보장되어 있었으며, 또한 사초史草는 국왕이라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문화와 역사의 무궁한 보고寶庫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전통 문화 역시 시대에 걸맞는 형태로 재창조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의 현대화라 해도 좋겠다. 콘텐츠의 보고 조선왕조실록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보물찾기’ 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조선의 문화와 생활, 제2부 조선의 사회와 유교, 제3부 조선의 법과 정치, 제4부 조선의 무역과 경제. 살인, 성과스캔들, 이혼과 재혼, 인사청탁, 언론자유, 탄핵, 자연재해, 국제무역, 외국인, 의관과 의녀, 왕실의 웰빙문화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을 선택해서 '조선왕조실록'의 원문을 인용해 가며 그 해법을 제시한다. 인용한 실록 기사에는 충실한 전거를 덧붙여 그 분야의 관련 자료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으로 오늘을 읽는다』는 동북공정, 대운하, 한미 FTA, 영어 공용화, 독도 영유권 분쟁, 부동산 대책, 대학 입시 등 끊임없는 논쟁을 낳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슬기로운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