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천하가 걸린 건곤일척의 혈전, ‘백성의 나라’ vs ‘임금의 나라’
역사 드라마(소설)를 역사 사실과 종종 동일시한 시청자(독자)들이 ‘역사 왜곡’이 심하다며 비판의 목청을 높인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역사가들마저 그런 비판에 가세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역사 인물을 선조로 둔 일부 문중(門中)의 몰지각한 행태다. 역사 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국에, 역사소설을 펴낸 출판사에 항의를 넘어 협박까지 일삼는 일이 드물지 않다.
문제는 그 항의 내용이 얼토당토않다는 것이다. 해당 문중에서 그 문제의 인물을 역사 사실에 반하여 지나치게 미화하여 숭상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차라리 몇 줄짜리 사료에 근거하여 전체 스토리를 몽땅 허구로 꾸민 판타지 성격의 역사 드라마(소설)는 그런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에 비해 구체적인 사료를 토대로 역사의 큰 굽이(큰 전란이나 국가의 멸망 또는 건국)를 다룬 드라마(소설)에서는 어김없이 그런 논란과 항의와 협박이 따른다. 방영 중인 드라마 〈정도전〉도 그 한 예다. 초반부의 주요 인물이 우왕 즉위와 함께 정권을 장악한 이인임(성주이씨)이다. 그런데 이인임을 가히 성인(聖人)으로 떠받드는 성주이씨 문중에서 압력을 넣어 이인임에 대한 묘사가 사뭇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조선건국지》 원고를 작가로부터 넘겨받았을 때 ‘이인임’이 ‘이임인’으로 뒤집어져 있었다. 작가에게 문의했더니, 해당 문중의 성화(成火)가 염려되었다고 했다. ‘후문’이 헛소문만은 아닌 성싶었다. 물론 드라마나 소설이라도 실재인물을 사실(史實)과 다르게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문제다.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역사 사실을 토대로 한 상상력을 작품에서 형상화하는 것조차 간섭 받는다면 드라마나 문학이 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사실(史實)이라고 해서 다 사실(事實)은 아니다. 사료는 편찬 과정에서 왜곡이나 오류가 적잖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백로가〉다. 1876년 박효관?안민영이 엮은《가곡원류(歌曲源流)》에는 정몽주의 어머니가 이 시조를 읊으며, 이성계 집으로 향하는 아들의 발길을 붙들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정몽주가 이미 오래 전에 어머니의 삼년상을 치렀다는 사실로 보아 맞지 않다. 그래서 〈백로가〉는 여전히 작자미상이다. 그런데도 이 엄연한 오류가 사실로 회자되고 있고, 포은의 후손과 어머니 영천이씨의 후손인 양 문중에서는 ‘포은 선생 자당’을 작자로 하여 시비까지 세워놓고 있다. ‘역사’에 기댄 것들 하기의 어려움이 이렇다.
《조선건국지》는 이런 번다한 것들에 붙들리지 않고, 나라는 과연 백성에게 무엇인지를 묻는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이 그 중 가장 가볍다”고 한 맹자의 일갈을 정도전을 통해 듣는다.